뮤지컬 리지

2020. 8. 24. 01:11소비러/오프라인

뮤지컬 리지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200412

: 유리아, 김려원, 제이민, 최현선

 

뮤지컬 리지를 보게 된 이유라면 뮤지컬 호프를 앓았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관련 영상을 보다 보니까 거기에 출연했던 배우분들의 다른 작품이 보고 싶어 졌고 찾던 중에 마침 유리아님이 뮤지컬 리지를 공연하신대서 예매했다.

관극 전에 확인한 거라곤 1892년 미국에서 일어난 미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에, 친부와 계모를 살해한 리지의 이야기이며 리지와 앨리스는 연인이고 고등학생 이상만 관람 가능하고 피가 좀 튀니 일부 좌석은 유의하라는 것뿐이었다. 많이 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서 보고 많이 놀랐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코로나 시대가 된 지금은 너무 익숙해진 안내문들...

 

이날의 캐스트

 

객석 1층 D열 1번

입장 전에 안 찍으면 아쉬운 티켓 인증 사진도 찍었다.

지상 1층에서 표를 받으면서 열 한 번 재고 지하로 다시 내려와서 아까 열 쟀다고 확인받은 종이를 보여주고 코로나 19 관련 자가 문진표 및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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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뮤지컬 <리지>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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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D열 1번 좌석 시야,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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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후기:

공연 시작 전에 쇠창살로 꾸며진 무대 뒤로 불투명하게 악기와 연주자들이 어렴풋하게 보이는데 첼로 연주자도 있고 해골 티셔츠 입은 사람이 기타를 들고 있어서... 뭔가 했더니 클래식이 조금 있는 헤비메탈 록 뮤지컬이었다! 록, 그것도 헤비메탈 넘버가 있어서 굉장히 신선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와서 처음엔 적응이 안됐는데 나중엔 배우들이 계속 욕하고 소리 지르는 게 좋았다.

내가 좋아하던 넘버는 가내 독약 상비서(원제는 Shattercane and Velvet Grass)였다. 가사가 섬뜩한데 멜로디는 신비로웠고 넘버를 부르면서 손으로 하는 모션과 리지와 하녀인 브리짓이 돌림 노래 부르듯이 하는 게 좋았다.

1부에서는 다소 억압되고 수동적인 리지와 리지를 둘러싼 사람들의 강렬한 개성들이 대조됐다. 리지의 언니인 엠마는 싸늘한 표정과 리지를 노려보는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리자의 뒤로 걸터앉은 몸짓 연기도 넘버도 좋았다. 이 배우 분의 다른 극을 꼭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브리짓 배우 분의 성량과 노래도 진짜 미쳤었다. 진짜 이 배우분 꺼도 꼭 볼 거야. 그나마 이 중에서 앨리스가 상대적으로 흐릿했지만 리지와 러브라인이 있으니까 괜찮아(?)

아비 새끼 친족 성폭행이나 하고... 현대에도 친족 성폭행 처벌이 존나 미미한데 저 때는 오죽할까 너무 끔찍했다. 피해자의 개인적 복수 및 살인 외에는 정말 답이 없을 것 같고.... 게다가 심약한 리지에게 은근히 살인을 부추기는 언니와 책까지. 그런데 진짜로 계모를 도끼로 죽이고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돌아온 건 정말 놀랐다!

1부를 보면 항상 쓰는 것 같지만 과연 이 극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사실상 다른 인물들은 공범 같은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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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후기:

어..... 이 기분은 뭔가 고민했는데 킹프리를 처음 봤을 때 든 감정이었다.

2부가 시작하자 리지가 큐빅이 붙은 하네스와 숏팬츠 입고 등장했다. 어?????????? 1부에는 코르셋과 시대극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엠마가 화를 내면서 등장한다. 왜 갑자기 아빠도 죽이냐고 하면서 드레스를 리지와 똑같이 쇼트 팬츠의 락스타로 환복한다. ㅇ????????? 이어서 엠마에게 돈을 받고 피 묻은 리지의 드레스를 처리해주겠다던 브리짓도 락스타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이쯤 되니까 나머지 한 명인 앨리스도 마저 갈아입을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등장한 앨리스는 이질적이게도 혼자 코르셋의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서 있었다. 분명 2부 시작할 때만 해도 리지가 가장 이질적이었는데 이제는 앨리스만 낯설어 보였다. 앨리스는 리지의 살인을 은폐하려는 분위기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고 외치는 장면이었다. 왜... 저는 흔들리는 앨리스의 드레스의 목둘레 속에서 빛나는 스팽글이 보이는 걸까요....ㅋㅋㅋㅋ 그래. 앨리스도 결국은 환복 하는 걸 눈치챘는데 정말 끝에서야 갈아입었다.

이렇게 초반에 락스타 스타일로 갈아입는 거에 충격받고 신경 쓴 나머지 극에 집중을 못했던 것 같다. 여튼 죽인 아버지의 유산을 받은 리지는 거금을 들여 변호사를 고용했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런데 앨리스는 1부까지 리지랑 잘 사귀어놓고 왜 또 리지의 반대편에 서는지... 이때가 잠깐의 갈등이었다.

둘은 여느 또래 여자애들이 그렇듯 비밀을 나눴다고 하며 1부에서 앨리스가 리지에게 사랑을 표현했던 대로 리지가 앨리스에게 그대로 해주자(사랑의 힘으로) 갈등은 해소됐다. 그렇게 앨리스도 안에 입었던 스팽글 의상을 보여주며 이 락스타 무리에 합류했고 리지는 무죄를 받았다. 밝은 조명이 리지를 감싸자, 리지는 “해피엔딩이라고. 야 분위기 좆창내지 말고 웃어”라고 했는데 못 웃었다.

갈등은 1부의 좆같은 아버지와 계모의 존재, 2부의 앨리스의 뒤통수였는데 리지가 직접 부수고 사랑으로 회유해서 손쉽게 끝났다. 갈등에 고민할 필요도 시간도 아까운 것처럼 끝나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리지가 하얀색 앨비스 재킷 버전으로 또 갈아입고 나왔다. 정말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뮤지컬 리지....!!! 나는 경악해서 정말 표정 관리가 안됐는데 마스크를 낀 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 같다.

아. 그제야 알았다. 아.... 이 공연은 존나 다양성이구나! 헤비메탈을 부르고 애비를 죽이고 싶은 엄청난 공연이구나! 이 뮤지컬은 이런 세상에 너무도 빨리 나왔다! 아니, 이렇게 찾아오시다니요. 제가 미리 알고 봤어야 했는데. 미리 알고 즐겼어야 했는데 놀라느라 못 즐겼다. 모두가 패딩을 입는 추운 날씨에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분이 생각났다. 위, 아래로 가죽옷을 입었던 그분은 n차 관람객에,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가장 즐기고 계시겠구나!를 생각하며 코로나 19로 소리는 못 지르고 제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었다. 썸바디랑 머리가 없어 등등 메탈 넘버 메들리를 부르고 끝났다.

+

관극 후에 관련 정보를 뒤늦게 찾았다.

쇠창살로 둘러싼 무대 배경은 당시 여성을 옥죄던 시대를 비유했고 뮤지컬 리지는 송스루 뮤지컬에 가깝다. (송스루 뮤지컬은 노래를 기반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스토리보다는 노래를 중점적으로 뒀다.) 또한 반항을 표현하는데 적절한 음악 장르인 록으로 구성해, 미제 살인사건의 진실보다는 사건에 얽힌 여성 간의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

코르셋을 한 1800년대의 긴 드레스를 입었던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몸에 밀착되는 짧고 강한 의상으로 갈아입은 것은 가부장 사회에 대한 저항, 자유와 해방을 향한 의지와 변화를 외형적으로 표현됐다. 유리아 배우가 한 SNS 라이브 방송 영상에서도 보니까 실제로 1부가 끝나고 코르셋을 벗고 나왔을 때 정말 편하고 해방감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관객석에서 본 나는 오히려 2부에서 노출이 많은 의상으로 환복하니까 신경 쓰일 게 많고 시선이 불편할 거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관련 기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5&aid=0001310502

 

“낡은 것은 태워야 해” 여성주의 록뮤지컬 ‘리지’

1892년 어느 미친 여름날,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도시 폴 리버 보든 가의 부유한 사업가 앤드류와 그의 새로운 부인 에비가 집안에서 잔인하게 도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

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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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여러모로 미리 알고 갔다면 더 즐거웠을 뮤지컬이었는데 놀라기만 하고 왔다.

뮤지컬 보기 전에 미리 저녁을 먹으려던 시도는 애매하게 일찍 와서 실패로 돌아가고 극을 보는 내내 배고팠다. 다 보고 미리 킵했던 식당들을 찾다가 큰 건물 사이로 어서 들어오라는 듯이 잘 꾸민 골목 끝에 가게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 내가 찾던 것 중 하나여서 들어갔다.

무인 주문기로 차슈 추가한 마제 소바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무슨 초밥 메뉴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품절이어서 못 시켰다.

마제 소바 소개와 먹는 방법이 적혀 있어서 이대로 했다.

 

차슈 추가한 마제소바

음식이 나왔고 마제 소바는 처음 먹어본 거였는데 생각보다 담백하고 고소했다. 그리고 추가 주문한 차슈는 내가 생각한 두툼한 고기가 아니라 얇은 베이컨에 가까웠어서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안내문에 따라 먼저 그냥 먹고 식초를 추가해서 먹고 밥을 추가(무료)해서 비벼 먹었다. 먹은 당시에는 한 번쯤 먹어보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생각나서 두 번은 먹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나온 김에 근처에서 디저트나 포장해가고 싶어서 찾았는데 카페 키이로는 아슬아슬하게 영업이 끝났어서 근처에 있던 스노브에 가서 몽블랑이랑 치즈케이크를 포장해왔는데.. 치즈만 먹을 만하고 몽블랑은 군데군데 덜 섞었는지 짜고 느끼하고 시트는 분리되고 진짜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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