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5. 15:30ㆍ소비러/오프라인
마이아트뮤지엄
200216
알폰스 무하전은 내가 언젠가 체코에 간다면 알폰스 무하 박물관과 성 비투스 대성당에 가고 싶다는 소망으로 갔다. 미루다가 전시 막바지에 가느라 관람객에 치여서 봤다. 작품은 생각보다 많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질릴 정도로 예뻤다.


이날은 오래간만에 눈이 내렸다. 길 건너편에 현대백화점이 있고 미술관도 고층빌딩 지하에 있어서 여기가 미술관이 맞나? 싶었지만 맞았다. 마이아트뮤지엄은 2019년에 개관했고 내가 본 알폰스 무하전이 개관 특별전이었다.

네이버 예약으로 결재하면 하면 종이 입장권을 못받으니까 현장 결재했다. ‘욥’이 그려진 이 입장권부터 무하의 예쁨은 시작됐다...

이 전시에는 플래시만 안 켜면 사진 촬영 가능했다.


같은 그림을 미국 투어 기념으로 다시 그렸다. 전부 예뻤다...

역시 초기 작품인 연극 포스터인데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아했다. 예쁘고 착한 것보다는 역시 무섭고 강한 게 좋다. 섬뜩한 눈빛도 손에 감긴 뱀도 쓰러져 죽은 시체도 전부 좋다.

무언가의 스케치였는데 어렸을 때 봤던 모 친구의 그림체가 떠올랐다.

정말...

예쁘다...

첫 작품부터 그랬지만 물결치는 머리카락이며 장식물 같은 게 훗날 클램프 작화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화마저 투명하면서도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이 그림들이 전부 술 포스터라니...
포스터의 술들이 무하에게 "무하님 제게 이 포스터는 과분합니다...."라고 거절하는 걸 상상해봤다.

개인전에 작가의 말 같은 게 없으면 아쉬우니 당연히 있었다.

예쁜 그림을 계속 예쁘다고 적는 게 픽셀 낭비인 것 같지만

잊을 수 없이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못했지만 이 작품은 또 신선하고 고요한데다 몽환적이었다. 작은 그림이어서 꽤 오랫동안 들여다봤다.


파리스의 심판을 그린 안쪽의 그림도, 액자같이 장식한 바깥의 그림도 멋졌다.

사막에서 조난돼서 방향도 못찾고 걷던 와중에 신적인 존재가 모래 바람 속에서 걸어 나와 당장 먹을 수 있는 것을 건네주며 오아시스에 데려다줄 것만 같은 그림처럼 보였다.

달력의 그림이었던 것 같다. 나라면 아까워서 못쓴다...

제목이 기억 안 나는데 옆의 목록 중에... 아마 '우리의 맹세'려나...


4번째 구역명은 ‘매혹적인 아르누보의 여인들’이었는데 모든 구역의 작품들이 매혹적인 여인들이어서 하나도 와 닿지 않은 제목이었다.
오른쪽은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그림에 원석으로 장식된 그림이었다. 미완성으로 보이는데 완성된 그림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아쉽다.

각각 저녁, 밤이었는데 오른쪽의 낮의 피로에 지쳐 선이 든 것 같은 평온한 분위기가 좋았다.

전부 아름답고

말도 안 되게 멋있다.

이것도 좋은데... 벽색이랑 안 어울려서 안타깝다... 흰색이나 빨간색이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림에서 목련 향이 날 것 같이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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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간에 있던 영상은 이 전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다뤘다. 체코 출신의 테니스 선수인 이반 렌들의 개인 소장품을 주축으로 뒀다. 개인 최대 규모의 이 컬렉션들은 2013년 체코에서 첫 공개 후 세계를 순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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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구역은 이전 전시들과는 다르게 그의 민족적 정체성과 고국을 위하는 메시지가 묵직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끝까지 아름다웠다.

이전 구역에서는 보지 못했던 슬픔, 비극, 처절함이 있던 터라 눈을 뗄 수 없었다.

디즈니 공주 같은 모먼트..

이건 벽 그대로 찍어서 다시 보고 싶었다.

여기서 흰옷 입은 여성은 음악 혹은 음악의 신적(뮤즈라고 표현하긴 싫고...) 존재였을까...

복권 포스터가 이렇게 멋져도 되나요.... 검은 구름에 싸인 것처럼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에게 복권 당첨이 해결법이라고 비유한 걸까..

어쩐지 <레미제라블>의 포스터, 책 표지가 떠올랐다.





슬라브 민족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과

그의 정례식에서 울려퍼졌을 연설문을 읽으며 나왔다.
알폰스 무하는 체코, 파리, 미국을 거쳐 고향인 체코로 돌아와 고국을 위한 그림을 그리다 세상을 떠났다. 체코의 지폐, 시청에도 무하의 그림이 있다고 하니 체코에 가면 반드시 떠올릴 예술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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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도 다 봤고 배고파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일요일이라 주변 밥집들이 다 문 닫았다.
그나마 루나아시아가 열어서 갔다.

치킨 반달루, 한국 밥, 굴랍라문을 먹었다. 굴랍라문은 처음 시도해봤는데 별로였다. 팥향이 조금 나는 시럽에 절여져서 눅눅했다. 치킨 반달루는 생각보다 너무 매워서 현대백화점 화장실 신세 좀 졌다. 이렇게 매워서 아플 거 어차피 현대백화점에 갈 거면 푸드코트 갈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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