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2019. 10. 20. 22:24소비러/오프라인

190809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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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퇴원에 요양까지 하고 난 여름이었고 회사 복귀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연차를 쓰지 않는 이상, 회사 다닐 때는 주말만 시간이 되니까 전시를 찾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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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전, 에트루리아>는 (어쌔신 크리드 2에서 사이버 이탈리아 여행을 하다 보니까) 어쩐지 익숙해서 가봤다.

[소비러] - [진행중] 어쌔신 크리드 에지오 컬렉션

​위 사진들은 전시 천장에 있던 글이다.

D.H.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영국의 소설가, 시인, 비평가)의 <에트루리아 유적 여행기>의 본문에 있던 글로 무덤만 남아버린 에트루리아를 향한 절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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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이촌역에서 거리가 있는데 체력을 아끼려고 버스를 타려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5번 출구로 나오는데 계단이 기묘해서 찍어봤다. 계획해서 이렇게 지은 건 아닐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면서 찍었다. 오른쪽 아래에 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왼쪽 교회 아래에서 혈육+친척과 함께 포켓몬 고 첫 레이드를 뛰었어서(아마 레이드를 성공 못했는지, 레이드 포켓몬을 잡진 못했던 것 같다?) 같이 찍어봤다.

한 정거장이었지만 도착했다.

​멋진 정원이 있고 그 뒤가 박물관 건물이다. (TMI: 연못의 정자 지붕은 청기와라고 한다.)

왼쪽: 어린이박물관+기획전시실+극장 용 / 오른쪽: 상설전시관

​폭이 넓은 계단들을 올라와서 보이는 이 풍경이 좋다. 넓고 트인 공간 뒤로 남산타워가 있는 하늘이 액자 같다.

N사에서 미리 예매해서 왔더니 종이 입장권으로 교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쉽지만 캡처라도 올린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서 들어갔다.

지금부터 시간과 공간의 여행을 시작한다는 듯이 입구부터 신비로운 영상과 음악이 흘렀다.

에트루리아는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으로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100년경까지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 지역에 있던 고대 국가라고 한다.

​디오니소스 그림이 참 많았다. 술을 참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에트루리아는 당시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보편적이었던 다신(多神) 사상을 받아들였고 관련 신들의 신전이 모든 도시에 있었다. 인간은 신의 통제 하에서 운명 또한 미리 예정됐어서 사제들을 통해서만 신의 뜻을 해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에트루리아의 신은 그리스와 거의 동일했다.

​신전 양식과 흔적이 전시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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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떡하고 성기 모형이 있어서 뭘까 하고 설명문을 찍었다(전시물은 당황해서 못 찍음).

기원전 3~2세기 이탈리아 중부에서는 특정 질병을 관장하는 신을 위해 신전을 세웠고 신체, 장기와 유사하게 만든 봉헌물들을 바쳤다. 성기는 다산과 자녀 출산을 기원했다.

​점성술사는 산양의 간 모양을 보고 신의 예언을 해석했다.

​청동으로 만든 정강이 갑옷. 내 손과 비교하면 너무 작고 얇았다. 왜소한 체구를 가졌던 이들은 전쟁을 해야 하는 시대에 태어나 싸워야만 했겠지 싶었다. 물론 신분이 높은 사람이어서 그나마 이걸 입었겠지.

​많이 놀랐던 건 그리스 로마 때와는 달리 에트루리아 귀족 사회에선 여성이 사회적 지위가 남성 귀족과 동등했다. 남성과 함께 연회에 참여하고 모계 조상의 이름을 따서 아이의 이름도 지었다.​

​이 두 전시물은 유골함이다. 위의 비스듬히 걸쳐서 누워있는 조각은 생전에 망자의 연회에서 먹고 마시던 모습이라고. 에트루리아 귀족 사회에서 연회는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였다.

위에서 디오니소스 그림이 잔뜩 있어서 술을 좋아했을 거라는 추측은 맞았다ㅋㅋㅋㅋ 연회에서 노예가 조각낸 과일을 먹으며 누워있었다고. 역시 먹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먹고 싶으니까 동시에 했겠지 싶다.

유골함이 슬슬 보이면서 에트루리아 신 중, 죽음과 관련된 반트와 카룬의 설명이 나왔다. 이 둘의 조각도 유골함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당시는 화장 후, 유골단지에 담아 보관했고 유골단지의 모습은 생의 형태와 관련 있었다. 그런 무덤이 모여 있는 곳을 네크로폴리스라고 했으며 생전에 살았던 집처럼 꾸몄다고 한다.

​유골함이 발견했을 모습을 재현했다.

유골단지 / 묘표석(묘지를 표시한 돌)

'​죽음은 풍요로운 삶의 자연스러운 연장'이었다던 에트루리아의 장래 문화.

이건 실제 사람 신장만큼 컸다. 조각도 현실적이어서 망자가 정말 저렇게 누워 있었을 것 같다. 죽기 전에 미리 조각을 해둔 것인지 사후에 주변 사람들이 확인하면서 조각을 한 건지 궁금하다. 전자의 경우에 당사자의 기분은 어땠을까... 사실적으로 해달라고 했을지, 수정을 해달라고 했을지 많은 생각을 했다.

근데 그것보다 제일 신경 쓰인 건 왼쪽 관의 옆에 붙은 돌고래(?)였다. 왜 저게 저깄엌ㅋㅋㅋㅋㅋㅋㅋㅋ 돌고래 마니아였을까? 너무 궁금하고 귀여웠다. 

​생전에 망자가 살았던 집대로 같이 넣어뒀다던 유골함과 도자기들.

기원전 7~8세기. '만든' 사람의 얼굴로 장식했다는 설명이 너무 웃겼다. 장인의 자기애가 대단하다.

​황금 세공도 대단했다. 금은 언제나 옳다.

​젊은이와 노인의 야누스

포도를 들고 있으니까 역시 디오니소스...겠지. 메모를 안 했다.

로마가 그리스의 문화 및 생활양식만 흡수한 게 아니라 에트루리아의 것도 흡수했다는 게 전시의 주 내용이었다.

피렌체 박물관 소장품도 많이 있었고 바티칸 박물관 것도 있어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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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고 나니까 너무 체력이 훅 떨어져서 회복하고자 전시관 안으로 들어왔다.

​언제 봐도 멋진 내부

무화과 파운드, 매실차

3층 구석에 있는 사유 공간 찻집으로 와서 회복했다. 무화과는 정말 조금 들었지만 뭐라도 입에 넣고 싶었다.

언제 봐도 멋진 내부 222

​조각·공예관에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도 보고

​2층에서부터 전시된 큰 불교회화도 지나가면서 봤다.

​11월에 베트남 다낭에 가니까 괜히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 소장품전도 구경했다. 기대보다 매우 적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신안해저문화재도 봤다.

1932년 중국 원 시기에, 현재의 중국 닝보 항구에서 일본 하카다와 교토로 향하던 국제 무역선이 신안 앞바다에 침몰했던 게 1975년에 한 어부가 청자화병을 발견하면서 침몰선과 함께 해상 실크로드의 실체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전시실을 가면 알겠지만 동전이며 도자기며.... 정말 많았다. 발굴을 10차례나 할 정도로.

​근데 왜 사진이 이것밖에 없지ㅋㅋㅋㅋㅋㅋㅋ 동전이 산더미처럼 쌓인 게 인상적이었는데 왜 이것만 찍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되면 그 규모를 보러 가는 걸 추천한다. 인터넷에서 본 어떤 사람은 ㅋㅋㅋ신안 이케아라고 할 정도였는데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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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지친다 하면서 꾸역꾸역 보다 나왔다.

언제 또 오겠냐ㅡ하는 욕심이었으나... 예기치 못하게 나는 그로부터 2달 후에 또 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허허. 이 또한 언젠간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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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돌아가려는데 지하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여서 전철은 아닐 텐데 하고 내려가 봤더니

​이런 게 있었다. 언제 생긴겨. 무빙워크도 있고 역까지 가기 너무 편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지하 통로가 생겼다.

전철 2번 출구 쪽과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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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후에 본격적으로 걸었던 모험(?)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불행히도 집에 돌아갈 때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가뜩이나 힘든 게 더욱 힘들었지만.

전시는 10월 27일까지니 주말엔 사람이 몰릴 것 같지만 극장 용에서 <세종, 1446>도 보시고 상설 전시관도 같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어째 대놓고 10월에 국중박 다시 간 이유를 알려주는 것 같지만 <세종, 1446>도 정말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