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1차, 2차

2021. 6. 12. 23:10소비러/오프라인

뮤지컬 위키드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10306
: 손승연, 나하나, 진태화, 이상준,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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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뮤지컬 위키드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유럽여행 때였는데 라이온킹과 위키드 중에 골라야 했고 위키드는 무슨 내용인지 본 적이 없는데 영어로 보고 이해할 용기가 없어서 라이온킹을 봤다. 그리고 이후에 돌아와서 잊고 살다가 이제야 봤다.
예매와 대기를 버티다가 최선의 표로 봤다. 만족ㅠㅠ

공연장 가는 길에 보는 설레는 포스터들

: 손승연, 나하나, 진태화, 이상준, 김지선

이날의 캐스팅

1층 9열 3번

엘파바와 글린다의 의상도 전시됐었다.

오즈 테마의 포토존

1층 9열 3번 시야는 이랬고 배우들 표정이 보인다. 지나치게 왼쪽으로 쏠려서 계속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목이 아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그런데 앉고 보니까 양 옆이 모자였어서 내가 끼어든 것 같은 게 좀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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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산에서 공연중(6월 27일까지)이어서 최대한 스포일러는 빼고 감상 위주로 기록하려 하는데 그래도 어쩐지 덕지덕지 붙은 것 같다. 완전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닌 그런 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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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너무 멋있었다. 무대 꼭대기에 달린 용이 붉은 눈을 밝히며 용트름을 하고 징그러운 크리처(엘파바가 마법을 건 원숭이들)가 곡예를 하며 위에서 내려오고. 공중에서 비누방울을 뿌리며 내려오는 천사요정 같은 착한 마녀 글린다도. 혼란스럽고 나쁜 것으로만 여겨졌던 엘파바가 마법을 쓸 때마다 용이 움직이는 것도. 일단 무대 장치들이 마법 같이 재밌었다. 또 군무는 놀이동산의 퍼레이드처럼 화려하고 재밌다.
이것만으로도 일단 이 극을 싫어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뒷자리의 아이는 신나게 혼잣말을 했는데 나도 어릴 때 이걸 봤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다. 같이온 보호자도 재밌지? 하고 신나셨고. (런던에서 영어로 봤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조금 후회했다. 블루스퀘에서도 이 정도로 화려한데 거긴 또 얼마나 대단했을지?)

손승연님은 내가 맨 귀로 노래를 들어본 가수중에 노래를 제일 잘했다.... 원래도 좋아하고 기대도 많이 했는데 기대보다 더! 더! 더! 진짜 노래가 입체적이다. 세상에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노래를 하고 있다니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지금 보는 극이 동영상이었으면 건너뛰기, 넘기고 싶었던 건 피에로 부분.... 배우님에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저 캐릭터가 왜 있지 싶다. 여성 투톱 뮤지컬이 퀴어 장르가 아니어야 해서 트로피 남성 파트너를 만들었나. 아니면 원작 소설 위키드의 작가인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오너캐고 드림물이어서? 잘 지내던 엘파바와 글린다와의 갈등 요소를 만들기 위해? 정말 엘파바와의 러브신은 앞에 길을 막은 커플들의 애정행각처럼 정말 관심 없었다.... 돈 걱정 없이 안 쓰는 성 하나 빌려주는 것만 좋았다.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는 반주부터에서 이 넘버가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레베카의 레베카'라는 느낌이 왔다. 연출도 엄청난데 손승연님이 진짜 노랠 공룡 잘 부른다...... 이 노래가 끝나면 인터미션인데 나는 그 즉시 기념품 가게로 튀어나가서 홀린 것처럼 빗자루를 든 엘바파 배지를 샀다. 개막한지 얼마나 됐다고 일시품절된 게 많았다. 2차로 왔을 때 못산 거 질러야겠다고 돌아갔다.

우정과 사랑을 갖고 모험하되 갈등은 정치적이다. 불합리하고 능력 없는 정치가의 세상과 외롭고 능력 있는 주인공이 갈등하는 구조가 신선했다.

또 캐릭터들도 입체적이어서 더 재밌었다.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갈린다에서 하나뿐인 친구가 된 글린다, 허영심 많고 잘 나가는 학생이었다가 정치적 확성기로 이용당했다가 엘파바와 피에로 일로 다퉜다가 화해해고 반쪽짜리 진실을 아는 오즈의 마법사의 착한 마녀가 된다. 그리고 엘파바의 걷지 못하는 장애인 동생, 네사로즈는 흑화해서 집착광공(...정말 이렇게밖에 표현 못하는 내 어휘력에 할 말이 없는데 정말 이렇게밖에 말을 못하겠다...)이 됐다가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에게 마법 구두를 영락 없이 뺏겨버리는 사악한 동쪽 마녀로 극에서 사라진다. 정치가와 그 세계 역시 원래는 엘파바와 그가 지키려는 존재들에게 그런 모습이 아니었고.

2막부터는 오즈의 마법사 책 내용을 알면 더욱 재밌다. 토네이도에 의해 오게 된 도로시는 겁쟁이 사자,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뇌가 없는 허수아비와 함께 사악한 서쪽 마녀를 물을 퍼부어 녹여 죽인다. 도로시의 마법 신발과 친구들, 퍼부은 물들이 뮤지컬 위키드에서 어떻게 연결됐고 표현됐는지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Defying Gravity도 좋지만 No Good Deed(비극의 시작)도 정말 좋아했는데 지킬 박사의 돌은 맛은 없고 침착하게 나쁜 사람이 되겠다고 하는 게 산뜻하고 좋았다.

마지막은 글린다가 모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한다. 엘파바의 출생의 비밀을 추리해 밝혀내고 다른 사람에게는 이전에 자기가 모욕받았던 대로 똑같이 돌려주면서 조롱하는 게 너무 멋지고 귀여웠다. 글린다는 엘파바와 갈등했던 그것들과 유사하게 마법에 재능 없는 정치인이 됐지만 다른 존재가 됐을지? 저는 우리 깜찍이 멋쟁이 글린다가 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뮤지컬이 이렇게 해피? 엔딩이라고요?









210321
: 옥주현, 정선아, 진태화, 이상준, 김지선
어쩌다보니 1차, 2차를 피에로, 오즈의 마법사, 마담 모리블을 같은 배우로 봤다.

옥주현, 정선아, 진태화, 이상준, 김지선

2층 5열 45번

이번 좌석은 너무 직원 앞이라 사진은 못찍었다. 저번이 왼쪽으로 치우쳤다면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치우쳤고 문 바로 앞이라 직원이 바로 옆에 있었다. 2층을 예상하긴 했어서 미리 망원경을 갖고 갔는데도 현장감이 안 느껴졌다. 1층, 너네만의 세계... 같았다. 2층도 이 정도인데 3층은 어느 정도인지 너무 암담했다.

게다가 왼쪽 대각선 앞에 앉은 사람이 계속 수그리면서 봐서 무대 중간이 계속 안 보였다. 망원경에서까지도 가려서 참다 참다 Dancing Through Life(춤추듯 인생을)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칠 때 '등을 대고 앉으라고' 말을 했는데 역시나... 또 수그려대서 트위스트하면서 봤다.

옥주현 엘바파에 정선아 글린다를 '들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손승연 엘파바(손바파)가 약간 반항하고 날카로운 청소년 같았다면 옥주현 엘파바(옥파바)는 진짜 씩씩했다. 늠름하고 부드러운데 강한 베테랑 청년 같았다. 노래도 손파바는 쫙쫙 뻗고 옥파바는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또, 나하나 글린다(나린다)도 괜찮았는데 정선아 글린다(정린다)는 정말.... 정말 글린다 그 자체였다. 러블리 큐티 앙큼 발랄 다 했다...

정말 2번 봐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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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자석과 배지

1차 때 갔던 기념품점에 일시품절이었던 자석도 사고 나왔다. 이왕 찍는 거 1차 때 샀던 배지도 같이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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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한강진에 온 김에 패션5에 가봤는데 정말 너무 예뻤다. SPC가 만든 디저트 놀이동산 같았다.

내가 샀던 건 상큼한 레몬 쇼트랑 피스타치오 에끌레어였는데 둘 다 맛있었다. 피스타치오 에클레어는 진짜 공기 먹듯이 넘어가고 레몬도 적당히 시고 달고 가볍고 맛있었다. 한강진 가면 또 가야지.

배고파서 고메이494 한남까지 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밀본 고기덮밥을 먹었는데 짜고... 너무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