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구시로 습원 국립공원에 4시간 동안 갇히다

2020. 2. 22. 02:22비행기 탄 여행/2019년 5월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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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

AM 7:00 기상 ~ 8:40 짐 맡기고 체크아웃 ~ 8:50 (오비히로~구시로) 지정석 예매 ~ 디저트 쇼핑 ~ 8:57 크랜베리샵(스위트 포테이토) ~ 9:10 류게츠(바움쿠헨, 카시와모찌) ~ 9:25 롯카테이 본점(마스킹 테이프2, 사쿠사쿠파이, 마르세이아이스샌즈, 유키콘치즈) ~ 9:50 중앙공원 ~ 11:05 맡긴 짐 찾음 ~ 11:40 오비히로역 ~ 기차에서 바다 구경 ~ PM 1:20 구시로역 ~ 1:30 Hotel PALUDE 체크인 못하고 짐 맡김 ~ 1:35 Sea Dog ~ 2:14 구시로역 ~ 2:30 구시로시쓰겐역(구시로습원국립공원역) ~ 2:59 전망대(1차) ~ 3:40 호소오카 여행자 라운지(細岡ビジターズラウンジ)~ 4:30 나옴 ~ 5:00 구시로시쓰겐역 역사~ 5:40 전망대(2차) ~ 6:26 기차 탐 ㅠㅠ ~ 6:50 구시로역 ㅠㅠㅠ~ 7:00 Hotel PALUDE 체크인 ~ 7:35 구시로역 가서 다음날 (구시로~삿포로) 지정석 예매 ~ 7:45 Tenba 天馬 (소 혀, 징기스칸2, 생굴, 콜라) ~ 숙소 ~ 11:11 킹프리 샤이닝 세븐 스타즈(샤세스) 4 예매

 

 

 

작은 역이라 기차 선로도 한 줄이었다.

 

 

습지는 이른 봄이라 습지... 라기보다는 사자가 숨어서 기다릴 것 같은 누런 풀이 펼쳐진 초원의 모양새였다.

나는 습원 공원 전망대만 둘러보고 싶기도 했고 홋카이도 보통열차 책에서 본 것처럼 습원공원역에서 내렸다. 나를 포함한 3명은 습원역에서 내렸고 나머지는 종점인 다음 역에서 내리는 것 같았다.

 

 

 

 

앞으로의 벌어질 일은 상상도 못 한 채 귀엽다고 노롯코 열차 캐릭터 사진을 찍었다.

 

 

 

 

역에 같이 내린 사람들은 부지런히 전망대 쪽으로 올라갔고 나는 기차 플랫폼에서 나와 바로 보이는 역사 건물로 들어갔다.

 

 

 

 

역은 무인역사로, 세 개의 벤치와 열차시간표와 방명록, 자판기만 달랑 있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역시 시간표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배차 간격이 끔찍했다. 여기에 2:30에 도착했는데 구시로로 돌아가는 다음 차는 6:25, 7:36 뿐이었다...(노롯코 관광열차는 중간에 2개가 있다. 괜히 관광열차가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역에서 4시간 동안 있어야 했다! 그동안 ....최대한 느긋하게 있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날 거라고 생각했다.

왠지 위에서 다 비싸게 팔거나 물을 팔지 않을까봐 자판기에서 물도 하나 뽑고 느긋하게 올라갔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멋지면서도 무서운 느낌이 났다. (영상은 밑에 쯤에 있다)

전망대까지는 책에서 읽은 것처럼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딱 힘들 때쯤 도착했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호소오카 여행자 라운지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주차장+화장실(냄새가 많이 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전망대가 있다.

 

 

 

 

일단 이 언덕에 올라오면 전망대까지 80퍼센트는 온 거다.

멀쩡해 보이는 저 건물은 5시면 문을 닫는 여행자 라운지다. 안에 깨끗한 화장실도 의자도 간단한 기념품샵과 매점을 운영한다.

시간이 많으니까 일단은 더 둘러보고 들어갔다.

 

 

 

여태 언급했던 것처럼 이렇게 머위 꽃(후키노토)이 널렸다. 이러니 이 친구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겠냐고.

 

 

 

 

걷다가 발견한 올빼미 맨홀도 찍어주고

 

 

 

 

올라갔다.

 

 

 

길에서 현재 위치가 나온 지도를 찍는 게 좋다.

사실 구시로 습원 국립공원은 정말 넓다. 면적이 193.57km²(일본에서 제일 큰 습원)로 서울(:면적 605.2 km²)의 약 1/3 크기다. 그러니 아기 고양이보다 못한 체력의 포포트는 전망대까지밖에 못 간다....

 

 

 

 

크....

뻥 뚫린 지평선과 굽이치는 물이라니.... 예상보다 좋았다.!

 

 

 

 

좋은 걸 보니 업돼서 이상한 셀카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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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설렁설렁 돌아다니면서

 

https://www.youtube.com/watch?v=OkQ6K48wi_g

 

오솔길도 걸었다.

언덕에 올라오면서 본 것처럼 여기서도 바람에 나무가지가 흔들렸다.

 

 

 

 

오솔길에 내려오니 산장처럼 보이는 여행자 라운지가 보여서 들어갔다.

 

 

 

 

내부는 깔끔하고 아늑하고 편안했다.

티비에선 구시로 습원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고 이 비디오테이프도 파는 것 같았다.

 

 

 

 

매점에 평범한 컵라면과 뜨거운 물도 있어서 혹했지만

내가 아는 한, 홋카이도 유제품은 언제나 성공하니까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진짜 미쳤다.... 점원이 시무룩하게 뽑아줬지만 정말 오지게 맛있었다...

 

 

 

 

좌석에 앉아서 쉬면서 핸드폰 배터리도 보조배터리로 충전하고 화장실(남녀 구분된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이었다!)도 들렀다가 5시에 문을 닫으니까 미리 나왔다.

 

 

 

 

다시 역까지 돌아가려는데 구글 지도에는 아무것도 안 나왔다.

혹시 포켓몬고도 그럴까 싶어서 켜봤더니 포켓몬고에는 구글 지도에도 안 보이던 길이 보였다. ㅋㅋㅋㅋㅋ

여러분 포켓몬고가 여행할 때 이렇게 큰 도움이 됩니다. 포켓몬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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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올라왔던 계단 있는 언덕 말고 다른 길로 가봤다.

 

 

 

 

구름도 평지도 그래픽 같다... 사람은 없고 온갖 새소리가 들렸다.

 

 

 

 

표지판이 알려주는 대로 걸었다.

 

 

 

 

이 만큼 걸었다.

 

 

 

 

길 잃지 말라고 또 금세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또 옆에 여관도 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진짜 있었다.

손님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뚜벅이가 막차 놓치면 저기에 묵을 수밖에 없는 겨...

절대로... 놓치지 말자..! 아자아자! 파이팅!

 

 

 

 

여관은 못 본 척하고 다시 역으로 돌아가 봅시다.

 

 

 

 

갑자기 차량 통제 펜스가 나왔다. 이제 정말 기차역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선로도 보이고 거의 다 왔다.

 

 

 

 

그러니까 더욱 느긋하게 가야지.

무슨 나무인지 몰라도 두릅처럼 떼어다가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고 싶게 생겼다.

 

 

 

 

아파트 화단에다 듬성듬성 심을 것 같은 친구였다.

 

 

 

 

이렇게 느긋하게 걸어서 결국 도착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찍지 않았지만 두 번째로 와서는 찍어봤다. 역사는 이렇게 작았다.

사진 찍은 위치에서 왼쪽에 자판기가 있는 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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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찍고 의자에 앉아서 열차 시간을 기다리는데 일본인 남성 한 분이 들어왔고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가라앉은 역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부우우웅'하다가 툭툭 치는 듯한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건지 못 찾다가 결국 찾았다. 남자 쪽 창문에서 호박벌 하나가 언제 들어왔는지 못 나가서 버둥대는 거였다. 창문을 살피다가 창문을 열어서 호박벌을 보내줬다.

그러고 다시 자리에 앉으니까 남자가 나한테 꾸벅 인사를 했다? 응?.. 내가 왜 인사를 받나.... 벌을 치워줘서 고맙다? 인가 생각하다가.

지금 위험한 거 아닐까. 명탐정 코난과 김전일 등의 살인사건들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저 사람이 돌변해서(말도 안되지만) 저 사람한테 죽어도(이건 더욱 있을 리 없다.) 아무도 모르겠다는 편집증적 사고가 도져서 역에서 나왔다.

열차 시간도 남았고 여행자센터는 문이 닫혔고 역사에서 단둘이 있기는 불편했다.

 이 주변은 다 봤고 여행자 라운지는 끝났고 더 멀리는 못 가니까 갈 만한 곳은 한 군데뿐이었다.

 

 

 

 

여기.

해가 지니까 더 추워졌다....

 

 

 

 

하지만 운 좋게도, 너무나

 

 

 

 

멋진 걸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FLIyQALKxDU

 

짧지만 영상으로도 봅시다.

 

 

 

 

멋지지만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워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도 멋졌다.

 

 

 

 

역시 사진 찍기 제일 좋은 때는 해뜨기 전과 지기 전이라더니.

과연 좋았다!

 

 

 

 

어두워지니까 역사 건물에 불도 들어왔다. 안에는 다른 사람들이 여럿 앉아있었다. 호박벌 동료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었겠지.

 

 

 

 

기차 시간도 가까워지고 들어갈 자리도 마땅히 없는 것 같아서 밖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나온 김에 JR 홋카이도 레일패스를 찍었다. 생각해보니까 사진을 안 찍었다.



레일패스 지정석 시스템은 이렇다.

1. 가능한 기간 내에서 이 레일패스를 가지고 역의 노보리구치에 가서

2. 언제, 어느 역에 지정석을 예약하러 왔다고 말해서 표를 받고

3. 기차를 탈 땐 그 표를 직원에게 ‘보여줘서’ 들어가면 된다.

 

 

 

 

진짜 해가 질 때 즈음, 드디어 기차 시간이 됐다!

 

 

 

 

!

 

 

 

 

 !!!

ㅠㅠㅠ 정말 반가운 기차가 왔다!

안에는 종점에서부터 타고 오는 사람이 많았는지 앉을 좌석은 마땅히 없었고 올 때처럼 서서 왔다.